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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운전 항소심, 감형의 문은 어디서 열리는가
작성자 BK파트너스 | 작성일 2026-06-30 | 조회수 100
음주 운전 항소심, 감형의 문은 어디서 열리는가
1심이 이미 본 사정 반복하면 안 돼 새로운 자료는 형을 바꿀 만한 근거
동종 전력, 집행유예 중 재범한 사안 같은 주장도 근거 따라 결과 달라져
음주 운전으로 1심에서 무거운 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항소이유는 대체로 하나다. “형이 너무 무겁다”는 양형부당 주장이다.
그러나 30년에 걸쳐 음주 운전 사건의 항소심을 수행하면서 거듭 확인한 것은 똑같은 양형부당 주장이라도 어떤 사건에서는 형을 바꾸는 열쇠가 되고, 어떤 사건에서는 단 한 줄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메아리로 끝난다는 사실이다.
그 갈림길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 그것이 음주 운전 항소심의 출발점이다.
먼저 좌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항소심에는 ‘1심 존중’이라는 원칙이 있다.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형법 제51조가 정한 여러 양형 조건을 참작해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이다.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는 우리 형사소송법 체계에서는 양형에 관해서도 제1심의 고유한 판단 영역이 인정된다. 따라서 제 심과 비교해 양형 조건에 특별한 변화가 없고, 제1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항소심은 이를 존중 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도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 점을 분명히 밝혔다. 바로 이 ‘1심 존중’의 벽 앞에서 준비 없는 양형부당 주장은 번번이 좌초한다.
실무에서 양형부당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건들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항소심에서 내세우는 사정이 1심에서 이미 충분히 고려된 사정의 반복에 그치는 경우다. 음주 운전 전력이 있고, 집행유예 기간 중이거나 다른 범죄로 재판을 받는 도중 다시 음주 운전을 한 사안에서 단순 히 “반성하고 있다”,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1심 판단을 흔들기 어렵다. 법원은 그런 사정이 이미 원심에서 형을 정할 때 고려되었고, 달리 새롭게 참작할 사정변경이 없다는 이유로 항소를 기각한다.
결국 1심에서 이미 내밀었던 카드를 항소심에서 다시 내미는 것만으로는 형의 무게 추가 움직이지 않는다. 반대로 결론이 달라지는 사건도 있다. 항소심에서 새로 현출된 자료를 종합할 때 제1심의 양형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다.
대법원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도 항소심 양형 심리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자료에 따라 제1심의 양형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면 항소심은 제1심 판결을 파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음주 운전 항소심에서 변호인의 역할은 단순히 “형이 무겁다”고 반복하는 데 있지 않다. 1심 이후 달라진사정, 또는 1심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던 사정을 객관적 자료로 정리해 항소심 법정에 새롭게 현출시키는 데 있다.
최근 필자가 수행한 사건도 그러했다. 의뢰인은 이미 음주 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고,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음주 운전에 이르러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였다. 동종 전력에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이라는 사정만 놓고 보면 항소심에서 형을 뒤집기 쉽지 않은 사건이었다. 필자는 1심에서 이미 고려된 사정을 반복하는 대신, 항소심에서 새롭게 현출할 자료에 집중했다. 1심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던 의뢰인의 구체적인 사회적 기반과 구금이 가져올 현실적인 파급효과를 정리했다.
의뢰인이 실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구금으로 인해 사업체가 폐업 위기에 놓였으며, 20명이 넘는 직원들의 생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객관적 자료로 소명했다. 여기에 더해 이 사건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비교적 낮았다는 점, 의뢰인이 법정구속 이후 상당 기 간 미결구금의 고통을 감수해 왔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그 결과 의뢰인은 동종 전력과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이라는 불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에서 실형이 벌금형으로 변경되어 선고 당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형이 무겁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한 문장도 그 안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누구에게는 기각의 벽이 되고, 누구에게는 감형의 문이 된다.
그 차이는 결국 1심 이후 무엇을 새롭게 입증했는지, 그리고 그 자료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법정에 제시했는지에 달려있다. 1심 선고가 무겁다고 해서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막연한 반성문과 반복된 호소만으로는 부족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