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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그 파장의 무게를 다시 묻는다
작성자 BK파트너스 | 작성일 2026-08-11 | 조회수 21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그 파장의 무게를 다시 묻는다
수사 구조의 개편이 다시 한번 우리 형사 사법의 지형을 흔들고 있다. 이번에는 검사가 송치된 사건을 직접 보완 수사하던 권한을 폐지하고, 검찰수사관 제도마저 전면 폐지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제도의 이름은 무겁지 않아 보일 수 있으나, 하나의 절차가 사라지는 것이 실무의 현장에서 어떤 결과로 번져 나가는지를, 본 변호인은 30년에 걸쳐 형사사건을 수행하며 몸으로 익혀온 감각으로 가늠해 본다. 제도는 몇 가지의 조문 변경만으로 바뀌지만, 그 파장은 결코 가볍게 끝나지 않는다.
보완수사권은 한 번 더 들여다보는 눈이었다. 보완 수사에는 본래 두 갈래가 있다. 하나는 검사가 송치된 사건의 미진한 부분을 스스로 직접 채우는 보완수사권이고, 다른 하나는 그 미진한 부분을 경찰에게 지적하여 추가 수사를 요구하는 보완수사요구권이다(형사소송법 제197조의2).
이번에 사라진 것은 검사가 직접 수사하여 공백을 메우던 보완수사권이며, 경찰에게 요구하는 보완수사요구권 자체는 그대로 남았다. 검찰수사관 제도까지 폐지되면서 검사가 스스로 사건을 파고들 물리적 수단마저 사라졌다.
목격자 진술이 서로 엇갈리거나 범행 일시가 특정되지 않았거나 압수물의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 종전의 검사는 그 공백을 직접 확인하고 메워 근거가 부실한 기소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었다. 검사의 직접 보완은 처벌을 강화하는 장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억울한 피의자가 법정에까지 서는 일을 막아온, 한 번 더 들여다보는 눈이기도 했다. 이 눈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기소 이전에 검사가 스스로 사건을 검증하던 한 겹의 절차가 통째로 없어진다는 의미다.
첫 번째 파장, 사건이 경찰과 검찰 사이를 오가며 표류한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검사는 송치된 사건에 공백이 있어도 이를 스스로 직접 보완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검찰수사관마저 사라진 탓에 검사에게는 사건을 직접 파고들 손발조차 남지 않았다. 이제 검사에게 남은 길은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여 경찰에게 보완 수사를 요구하고 사건을 되돌려보내는 것뿐이다. 보완 요구, 재송치, 다시 보완 요구, 재송치가 끝없이 반복되는 이른바 핑퐁 현상이다.
하나의 사건이 두 기관의 문턱을 몇 차례씩 넘나드는 동안, 절차는 기약 없이 늘어진다. 피해자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불확실성 속에서 기다려야 하고, 피의자는 사건이 언제 끝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 놓인다. 이러한 절차 지연의 부담은 언제나 사건의 당사자에게 가장 무겁게 돌아간다.
두 번째 파장, 걸러지지 못한 사건이 그대로 법정으로 넘어간다. 종전이라면 보완 수사를 통해 채워졌을 미진한 자료가 그대로 남은 채 기소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재판으로 옮겨 간다. 본래 수사 단계에서 정리되었어야 할 증거의 공백과 사실관계의 모순을, 법정이 처음부터 다시 들추어 가려내야 하는 것이다. 그 결과 공판기일은 늘어나고, 심리는 길어진다. 늘어난 재판 기간, 그에 따라 불어나는 비용, 결론이 미뤄지는 고통은 모두 당사자의 몫이다.
세 번째 파장, 이제 승부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갈린다. 검사가 직접 사건을 보완하던 안전판이 사라진 이상, 사건의 성패를 가르는 무게 중심이 경찰 조사 단계로 옮겨 왔다는 사실이다. 경찰 조사에서 한 번 잘못 꿰어진 첫 단추는 이후 어느 단계에서도 손쉽게 바로잡기 어렵다.
피의자로서는 최초 진술 한 마디, 제출하는 자료 하나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었고, 피해자로서도 경찰 단계에서 자신의 피해와 정황을 얼마나 빠짐없이 진술하고 입증하느냐가 결론을 좌우하게 되었다. 변호인의 조력이 필요한 시점 또한 경찰의 첫 조사가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으로 앞당겨졌다. 종전에는 경찰 조사에서 다소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검사가 직접 보완하는 단계에서 이를 바로잡을 여지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통로가 막힌 지금, 경찰 조사에서 한 번 놓친 사실은 이후 어느 단계에서도 손쉽게 되살리기 어렵다.
그러나 파장이 곧 재앙은 아니다. 수사 권한이 재배분된다는 것은 그만큼 각 기관의 책임과 검증의 방식을 새롭게 설계할 기회이기도 하다. 권한을 없앤다는 결론 자체보다 “그 공백을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파장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결국 제도의 무게는 가장 약한 자리에서 측정된다. 억울한 이가 한 번 더 소명할 기회를 잃지 않는가? 피해자가 정당한 결론을 제때 받을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개편은 정당성을 얻는다. 제도는 조문으로 바뀌지만, 그 무게는 언제나 사람의 자리에서 측정된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의 또한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