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나도 모르게 공범이 되지 않으려면 – 백홍기 변호사의 실무적 예방 전략
작성자 BK파트너스 | 작성일 2026-08-27 | 조회수 44
보이스피싱, 나도 모르게 공범이 되지 않으려면 – 백홍기 변호사의 실무적 예방 전략
대전지역전속법률사무소 BK파트너스 대표 백홍기 변호사
전화금융사기 사건을 오래 다뤄 보면, 법정에 서는 사람 중 상당수는 조직의 핵심부가 아니라 조직에 이용당한 말단 가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대출을 알아보다가, 급하게 일자리를 구하다가, 혹은 아는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다가 어느 순간 피의자가 되어 있는 것이다. 검찰이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를 두어 대응 체계를 강화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수사의 그물망은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 결국 사후 방어보다 사전 예방이 훨씬 값싸고 확실한 해법이다. 오늘은 자신도 모르게 연루되는 경로와 판단 기준, 그리고 실무적 예방법을 정리한다.
■ 연루되는 경로는 대체로 네 가지다
첫째, 접근매체 제공형이다. 대출 심사에 필요하다는 말에 신분증 사본과 계좌번호, 체크카드, 보안카드를 넘기는 유형이다. 둘째,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가장한 현금수거·인출형이다. 채권추심 외근직, 법률사무소 서류 전달직 등으로 위장한 공고에 응한 뒤 피해자를 직접 만나 현금을 받아 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셋째, 환전·송금·자산 구매형이다. 계좌로 들어온 돈을 달러로 바꾸거나 상품권·가상자산을 매수해 지정된 지갑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넷째, 명의 대여형이다. 법인 계좌, 휴대전화 유심, 사무실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 처벌의 뼈대를 먼저 알아야 한다
현금을 직접 건네받는 행위는 사기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되어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형법 제347조 제1항, 제30조). 2023. 5. 16. 개정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의 정의에 자금을 교부받거나 출금하는 행위가 포함되어 2023. 11. 17. 이후의 현금수거 행위는 특별법의 적용 범위에도 들어왔다. 여기에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5조의2의 처벌 규정까지 신설된 상태다. 더 무서운 것은 조직 소속으로 분류되는 순간이다. 법원은 총책·상담원·현금인출책 등으로 역할이 나뉘고 위계질서가 유지되는 결합체를 형법상 범죄단체로 보고, 사기죄와 별개로 가입·활동죄를 인정한다.
■ 수사기관은 무엇을 보고 고의를 판단하는가
대법원은 현금수거책의 공모나 범의에 관하여, 다른 공범과 순차적·암묵적으로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충분하고 그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족하다고 판시한다(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실무에서 고의가 넓게 인정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그 판단은 ①업무를 맡게 된 경위의 통상성 ②연락 수단과 대면 여부 ③계약서 작성의 정상성 ④업무 수행의 구체적 방식 ⑤보수의 수준과 지급 방식 ⑥행위자의 연령·경력 등을 종합해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반대로 미필적 고의는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만이 아니라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요구되고, 그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실제 지점
무죄가 선고된 사건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대출 목적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실명과 신원을 그대로 노출했으며,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고, 범행을 인지한 즉시 중단하거나 신고했다는 점이다. 반면 유죄가 인정된 사건은 업무 도중 스스로 보이스피싱을 검색해 보거나 조직원에게 불법성을 물어보았음에도 계속 일한 경우, 업무량에 비해 보수가 과도한 경우, 과거 계좌 제공으로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였다. 즉 '의심의 순간에 무엇을 했는지'가 결론을 바꾼다.
■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예방 수칙
첫째, 어떤 명목으로도 신분증·계좌·카드·보안매체를 타인에게 보내지 않는다. 대출 상담은 반드시 금융회사 대표번호로 역확인한다. 둘째, 취업 전에 사업자등록증과 법인등기사항을 직접 확인하고, 대면 면접과 근로계약서 없이 텔레그램만으로 지시를 받는 일은 시작하지 않는다. 셋째, 업무 내용 중 '피해자 대면 현금 수거', '가명 사용', '100만 원 단위 무통장 분할 입금', '상품권·가상자산 매수 후 이전', '해외 환전 송금'이 등장하면 즉시 중단하고 112에 신고한다. 이는 정상적인 채권추심이나 회계 업무에서 존재하지 않는 절차다. 넷째, 채용공고 화면, 대화 내역, 계약서, 계좌 거래내역, 이동 경로 자료는 절대 삭제하지 않고 보전한다. 다섯째, 계좌가 지급정지되었다면 임의로 해명 문서를 만들지 말고 사실관계를 시간 순으로 정리해 조사에 임한다. 여섯째, 형사책임을 면하더라도 민사책임은 남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접근매체를 양도한 사람에게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 예방이 곧 최선의 방어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담자가 전체 구조를 모르게 설계하고, 바로 그 무지를 이용해 책임을 떠넘긴다. 그러나 법원은 조직에 이용당한 자와 조직에 가담한 자를 준별해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 경계선에서 자신을 지켜 주는 것은 결국 계약서 한 장, 지우지 않은 대화 한 줄, 즉시 신고한 기록 한 건이다. 백홍기 변호사는 이러한 자료의 유무가 사건의 방향을 결정하는 장면을 수없이 보았다. 이미 조사 통지를 받았다면 진술 전에 반드시 기록과 증거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하고, 아직 그 단계가 아니라면 위 수칙만으로도 대부분의 위험은 차단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