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청 시대의 보이스피싱 사건, 누가 수사하고 누가 기소하는가 - 백홍기 변호사의 형사변호 실무
작성자 BK파트너스 | 작성일 2026-10-23 | 조회수 6
대전지역전속 법률사무소 BK파트너스 백홍기 대표 변호사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개편되었고, 보이스피싱은 중대범죄수사청이 수사하는 '중대범죄'가 되었다. 기관의 이름이 바뀌었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수사를 개시하는 주체, 사건이 기관 사이를 오가는 경로, 변호인이 절차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는 지점이 함께 바뀌었다. 오늘은 보이스피싱 사건의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의 입장에서, 바뀐 법률이 실제 절차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리한다.
■ 검사는 이제 수사하지 않는다
출발점은 공소청의 성격이다. 공소청은 대법원에, 광역공소청은 고등법원에, 지방공소청은 지방법원과 가정법원에 대응하여 설치된다(공소청법 제3조 제1항). 이 조직 구조만 보면 종전 검찰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달라진 것은 직무다. 공소청 검사의 직무는 공소 제기 여부의 결정과 그 유지, 영장 청구, 범죄수사에 관한 사법경찰관리와의 협의·지원, 재판 집행의 지휘·감독 등으로 열거되어 있다(공소청법 제4조). 이 목록에는 '범죄수사' 자체가 없다. 검사는 수사에 관하여 협의하고 지원하는 자리로 물러났다.
형사소송법도 같은 방향으로 정비되었다. 검사의 수사에 관한 규정이었던 제196조는 삭제되었고(형사소송법 제196조), 범인과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하는 주체는 사법경찰관으로 정리되었다(형사소송법 제197조 제1항). 이 변화가 피의자에게 주는 의미는 분명하다.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의 조사가 끝난 뒤 공소청에서 같은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진술하는 구조는 원칙적으로 더 이상 예정되어 있지 않다. 수사기관에서의 첫 진술이 사실상 사건의 전부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 보이스피싱은 '중대범죄'가 되었다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설치되고, 지역 사무를 분담하기 위하여 지방중대범죄수사청을 둘 수 있다(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 그 직무는 중대범죄등에 대한 수사다(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 문제는 무엇이 '중대범죄'인지다. 법은 형법 제2편 제39장의 죄, 즉 사기와 공갈의 죄를 중대범죄로 열거한다. 또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전자금융거래법」에 규정된 범죄와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조직죄를 함께 열거한다. 이들 범죄행위로 인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도 포함된다(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가목, 다목, 바목).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기소되는 죄명은 대체로 사기, 전기통신금융사기,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범죄단체가입·활동,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이다. 이 죄명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중대범죄의 목록 안에 들어갔다. 다만 목록에 직접 들어가지 않은 죄명도 있다. 현금수거책 사건에서 흔히 함께 기소되는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가 그렇다. 이 죄명들은 중대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포섭될 여지가 있다(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라목). 그러나 그 관련성의 범위는 앞으로 다투어질 수 있는 지점이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이 보이스피싱을 독점적으로 수사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중대범죄를 인지하면 즉시 중대범죄수사청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중대범죄수사청이 이첩을 요청하면 해당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43조 제2항, 제3항). 반대로 중대범죄수사청장은 피의자, 피해자, 사건의 내용과 규모 등에 비추어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43조 제4항). 실무에서 이것이 뜻하는 바는 이렇다. 해외 콜센터 조직 사건은 중대범죄수사청이 맡고, 국내 현금수거책 한 명의 사건은 경찰에 남는 식으로 같은 조직의 사건이 여러 기관에 나뉠 수 있다. 그러므로 변호인이 사건을 맡으면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혐의의 내용이 아니라 '지금 이 사건을 누가 수사하고 있는가'다. 이첩이 오가는 동안 사건번호가 바뀌고 담당자가 바뀐다. 그 사이에 이미 제출한 의견서와 자료가 새 수사기관에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는 변호인이 직접 확인하여야 한다.
■ 수사개시와 공소제기의 분리, 다툴 지점이 생겼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공소제기 절차의 적법성이라는 새로운 쟁점을 낳는다. 이 쟁점은 공소청 출범 이전부터 이미 판례로 다듬어져 왔다. 대법원은 검찰수사관의 수사는 검사의 수사를 보조할 뿐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검찰수사관이 수사를 개시한 범죄는 검사 자신의 수사개시에 해당하고, 그 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6. 7. 9. 선고 2026도2366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반면 검찰수사관이 검사의 지휘 아래 수사를 개시하였더라도 다른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공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위법하지 않다고 보았다(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6도1670 판결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위반,감사원법위반). 하급심에서는 검사의 수사개시권이 없는 범죄를 사법경찰관의 적법한 수사개시와 송치 없이 검사가 직접 수사하여 기소한 사안에 대하여 공소기각을 선고한 예도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6. 6. 11. 선고 2024고단3911 판결 변호사법위반). 이 판결들이 말하는 것은 '누가 처음 수사를 시작했는가'가 공소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종전에는 송치받은 사건에 대하여 검사가 기소 여부 판단에 필요한 범위에서 보완수사 또는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4. 15. 선고 2025고단627 판결 공용건조물방화예비). 그러나 공소청 검사의 직무가 '협의·지원'으로 정리된 이상, 같은 논리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공소청 검사가 피의자를 직접 불러 신문하거나 사실상 1차 수사를 주도한 흔적이 기록에 남아 있다면, 변호인은 그 경위를 확인하여야 한다. 그 흔적은 공소제기 절차의 적법성을 다투는 출발점이 된다.
■ 바뀌지 않은 것, 고의와 양형의 법리
수사기관이 바뀌었다고 실체법의 판단 기준까지 바뀐 것은 아니다.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고, 그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다. 법원은 업무를 맡게 된 경위, 근로계약서의 작성 여부, 수거 횟수와 규모, 송금 방법, 보수의 정도, 피고인의 나이와 경력 등을 종합하여 고의를 판단한다. 그러므로 고의를 다투는 사건에서 해야 할 일도 종전과 같다.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습니다"라는 문장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다. 구인 공고와 채용 과정의 대화, 근로계약서, 보수의 지급 방식이 시점별로 정리되어 그 문장을 뒷받침하여야 한다. 다만 이제 그 자료를 처음 받아 드는 기관이 중대범죄수사청일 수 있다. 공소청 단계에서 다시 진술할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자료는 첫 조사 전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양형에서 법원이 무엇을 기록하는지도 달라지지 않았다. 법원은 해외 거점 조직에서 유인책으로 활동한 피고인에 대하여 자수와 수사 협조, 피해 회복 노력을 함께 고려하였다. 수사 협조와 피해자와의 합의,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한 예도 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에 가담한 자는 중형으로 다스림이 마땅하다는 판결문의 문장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이름은 이 엄벌 기조를 바꾸는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그 기조를 제도로 확인한 것이다.
■ 제도가 바뀌어도 준비는 기록에서 시작된다
필자는 이 글에서 새 제도의 득실을 평가할 생각이 없다. 수사권 조정이 거듭될 때마다 법원은 그 입법 취지를 존중하면서도 절차의 적법성을 엄격하게 따져 왔다. 이번 개편 역시 몇 년에 걸쳐 판례로 그 윤곽이 채워질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보이스피싱 사건을 맡은 변호인이 해야 할 일의 순서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먼저 누가 수사하는지를 확인하고, 이첩의 경로를 추적하고, 보완수사요구가 오간 시점과 그 이후 새로 현출된 증거를 대조하여야 한다. 그리고 공소청에서 다시 말할 기회가 없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첫 조사 전에 고의와 가담 정도에 관한 자료를 완성해 두어야 한다. 보이스피싱 사건은 이제 기관의 이름이 아니라 기관과 기관 사이의 기록으로 다투어지는 사건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새 제도를 낙관하거나 비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뀐 절차 앞에서 변호인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적어 두기 위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