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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의 방어권은 어디까지 보장되는가
  • 작성자 BK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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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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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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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의 방어권은 어디까지 보장되는가

성인지 감수성’ 법리 짚고 넘어가야 피해자 특수성과 고통 이해하는 도구
방어권 억압하는 무기로 쓰여선 안 돼 무죄추정·증거재판이라는 원칙이 중요

성범죄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분들 중 억울함을 호소하는 의뢰인들이 많다. 피해자 진술 외에는 아무런 물증도 없고, 오히려 무죄를 뒷받침할 것 같은 정황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법원은 ‘피해자의 비정형적 반응’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한다.


성범죄 사건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법리가 있다. 바로 ‘성인지 감수성’이다.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 문화와 구조 속에서 성범죄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의 대처 방식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즉 ‘피해자다움’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법리는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피해자가 범행 직후 가해자에게 평온한 메시지를 보냈다거나, 신고가 늦었다거나, 이후에도 가해자와 연락을 유지했다는 사정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는 것은 성범죄 피해의 특수성을 외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법리가 현실의 법정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느냐다. 대법원의 취지는 분명하다.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의 특수한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지, 피고인의 방어권을 억압하거나 객관적 증거를 외면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법원 스스로도 이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며,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보더라도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 정황, 다른 경험칙 등에 비추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즉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 진술을 무조건 믿으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 특정 요소, 즉 ‘피해자다움의 부재’에만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다.


형사재판에는 흔들려서는 안 되는 두 가지 대원칙이 있다. 첫째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다. 피고인은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 이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둘째는 증거재판주의다. 유죄 판결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을 통해서만 내려질 수 있다. 검사가 법관으로 하여금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로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석연치 않은 면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법리는 이 두 원칙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피해자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되, 그것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봉쇄하거나 증명 책임을 피고인에게 전가하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피해자의 진술이 주요 부분에서 일관된다는 이유만으로 거의 유일한 증거로서 유죄의 강력한 증거로 채택되고, 오히려 피고인이 그 진술이 허위이거나 믿을 수 없는 이유를 적극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유죄를 면하기 어려운 구조는 범죄의 증명 책임을 사실상 검사가 아닌 피고인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1심에서 이러한 구조 속에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은 항소심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첫째, 피해자 진술의 ‘내적 모순’을 찾아야 한다. 둘째, ‘허위 진술의 동기’를 체계적인 자료로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셋째, 1심 판결문의 논증 구조를 해부해야 한다. 1심 판결문에는 법원이 피해자 진술을 신빙성 있다고 본 이유가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그 이유 하나하나를 검토해야 한다.


억울한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 그러나 억울한 피고인 또한 없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이지, 피고인의 방어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다. 피해자의 눈물에만 의지하여 한 사람의 인생을 단죄하는 것은 결코 정의가 아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동시에 피고인이 제시하는 객관적 정황과 논거를 편견 없이 저울질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것이 바로 형사재판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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